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君がもしよければ&散歩でもしにいこう

녹음의 녹음

2022. 7. 1.

 

 

『 A. 그러니 네가 만약 괜찮다면 』&『 B. 산책이라도 하러 가자 』

EGOIST - Ghost of a smile



[ JKJKCP ]
이쥬인 리이치 & 미나미노미야 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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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러니 네가 만약 괜찮다면



B. 산책이라도 하러 가자



「8월 20일에, 세계가 멸망할 거야」
리이치가 그 이야기를 한 것은 8월 18일이었다. 우리는 사무실 테이블에 마주보고 앉아 각자 편의점에서 산 점심거리의 포장을 뜯고 있었다. 캔 커피와 달걀 샌드위치, 블루 레모네이드와 조각 케이크. 케이크 위 올려진 딸기를 포크로 꾹 눌렀을 때 그런 종언이 흘러나왔다.

「지구로부터 8천 광년 떨어진 항성의 자전축이 지구와 일직선을 이루고 있어서, 그 별이 초신성 폭발을 일으켰을 때 지구도 끝장난다는 이야기.」
「그렇구나.」 나는 감흥 없이 대답했다.
「감마선 폭발이라고 알아? 우주에서 일어나는 전자기 복사 현상 중 가장 밝대.」 캔 커피가 들려 있지 않은 손에는 과학 잡지가 있었다. 표지에 노란 글자로 쓰인, 〈지구 멸망,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글자를 읽는다. 순간, 뭐라도 떠들지 않으면 어색해질 만한 침묵이 몇 초 감돌았다.
「천문학에 관심이 있을 줄 몰랐어.」 아무렇게나 뱉자, 리이치는 웃으며 기사를 내려놓았다. 「어차피 지금 기술로는 정확히 예보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정말 이대로 지구가 멸망한다면 다들 불행하지 않고 끝날걸.」
나는 입을 떼지 않았다. 다만 그가 잡지 위 올려둔 캔의 모양대로, 표지의 은하수 사진 위 물기가 둥글게 퍼져나가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다음 날, 리이치는 죽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 그마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 자살이라고 생각하지만.
내게 남겨진 것은 오전의 전화 한 통. 처음 듣는 목소리로 「이쥬인 리이치는 이제 없다」라고,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이가 통보한 몇 초의 시간. 그리고 리이치와 함께 쓰던 공간에 남겨진 그의 몇 없는 물건들뿐이었다.

유품 정리 따위 하고 싶지 않아서, 커다란 비닐봉지에 그가 쓰던 것을 전부 쓸어모은 다음 버렸다. 겸사로, 필요 없는 내 물건도 함께 버렸다. 한 사람분의 흔적이 사라진, 낡은 빌딩 4층의 사무실. 정리가 끝났음에도 아직 이른 오후였다. 장례식이 끝난 후 곧바로 일을 시작하는,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가 없어도 이 세계는 아무렇지 않게 돌아간다. 이쥬인 리이치가 마지막까지 고민하던 자신의 존재, 이름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은 채 기록되지 않은 채,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증발해버리고 말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를 잊지 않거나, 잊어버리거나. 선택지 중 하나를 골라봤자, 자신의 소원이나 생각은 어디에도 남지 않고 파도가 모래사장 위 찍힌 발자국을 삼키듯 증발해버린다.

분하다고 여기지는 않는다. 누군가에게 넘겨주거나,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둘 만큼의 강렬한 바람이나 감정이 내겐 없었다. 리이치도 마찬가지일 거라 넘겨짚고 있었다. 그가 목숨을 끊은 이유를 알 수 없다면 생전의 이유도 알 수 없겠지만. 분명 마음 저편의 무언가 같은 점이 있으니까 함께 있는 거라고.
죽은 사람에겐 질문할 수 없다. 살아 있을 때도 질문은 거의 하지 않았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어렴풋이 예측하고 있었다. 어디론가 사라질 것 같은 사람이라는 인상은 늘 받고 있었다. 단지 이 모든 일을 기대하지 않았을 뿐. 기대할 만큼 증오하지도 않고, 미리 그 사람의 죽음의 기로에 덫을 놓을 만큼 사랑하지도 않아서.


다시 하루가 지나, 8월 20일. 멸망의 날이 찾아왔다. 콘크리트를 끈적하게 녹이는 지열과 구름 한 점 없이 푸르고 맑은 하늘. 매미 소리. 아지랑이 때문에 물결치는 것처럼 보이는, 철탑의 전선들.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버거운 날씨였다. 기분전환 겸 쇼핑이라도 할까, 한 사람의 물건밖에 없는 방에서 낡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를 들고, 번화가로 나섰으나 목적지인 백화점에 도착하기도 전 지쳐버렸다. 토요일 오후, 누군가 놓친 헬륨 풍선이 창공에서 흔들린다. 어디선가 기름의 악취가 흐르고 있다. 온갖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음악들이 뒤섞여서,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폭염에 흐물흐물하게 녹은 뇌에 스며든다. 세계가 끝나는 날, 그 누구도 종말을 인지하지 못한 채 평온한 주말을 보내고 있다. 리이치가 있었더라면 비웃어줄 수 있었을 텐데. 네가 원하는 멸망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아아, 무의미한 생각이다. 이세탄 신주쿠점의 옥상 정원도 언제나와 같은 풍경. 너른 잔디밭과 산책로 양옆으로 피어난 해바라기를 바라보며 걸었다. 더위 탓인지, 나 외엔 사람이 없었다. 

햇볕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알루미늄 펜스에 몸을 기대면, 바람이 한 번 불었다. 발목까지 흐른 땀이 증발하며 서늘한 느낌이 든다. 시야 아래 장난감처럼 펼쳐진 도시가 보인다. 저 건물들의 수만큼 이 세상에는 사람이 있겠지. 그 사람의 수만큼 감정이 있겠지. 그리고 그 감정의 수만큼 죽음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형용하기 어려울 만큼 끔찍해져서, 잠깐 눈을 감았다. 재차 뜨기까지 몇 초간, 공중에 부유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18일의 대화에는 사실, 뒷부분이 있어서. 「정말 이대로 지구가 멸망한다면 다들 불행하지 않고 끝날걸.」 나는 조용히 리이치가 읽던 잡지를 내려다보다, 포크 끝에 매달린 냉동 딸기를 삼켰다. 얼음 알갱이가 씹히며 형편없이 신맛이 났다. 다음 문장을 생각하기도 전 상대가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 「만약 네가 괜찮다면…….」 이어지는 것은 다시 공백. 무언가 재촉해주길 바라는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그런 건 리이치답지 않았다.
그래서, 모르는 척했다.
자리에서 일어나 포장지나 플라스틱 컵 같은 것을 정리하며, 「일하지 않아도 되니까 좋긴 하겠네.」 따위 소리를 뱉었던가. 
분명 중요한 이야기 따위 안 했을 거다. 기억나지 않으니까. 다만 그런 날들이 줄곧 이어질 거라 생각했으니까. 언젠가 다시 물어보면 괜찮을 줄 알았어.
나는, 나 자신조차 모르게 그의 허무를 마음에 들어 해서, 무엇도 물어보지 않고 열린 새장 속에 가두는 듯 지켜보며 여유로운 척 했다. 스스로 그 새장만큼의 공간을 마음속에 파낸 주제에, 전부 사라진 후에서야 여백을 채울 다른 물질이 존재하리라 믿으며 텅 빈 세계의 윤곽을 더듬고 있었다.

따가운 눈을 몇 번 깜빡이면 다시 옥상.
슬프지도 안타깝지도 않았다. 멸망이 몇 시인지 물어보는 걸 잊었구나.
아쉽지도, 사무치지도 않는.
어느새 지평선 먼 곳은 붉게 물들어 있다. 한 사람만큼의 감정. 한 사람만큼의 죽음.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에서 찰칵, 하는 소리가 울린다. A면의 끝. 세계 하나만큼의 종말. 
지금이라면 물어볼 수 없는 다음 말을 알 것 같았다.


今日はこんなに晴れてるから
A  「君がもしよければ」
B  「散歩でもしにいこう」
君に会いたい
心から思う


어울리지 않게 다정한 목소리와 함께, 나의 세계는 새하얀 빛 속으로 추락했다.

 

 

今日はこんなに晴れてるから
君がもしよければ散歩でもしにいこう
君に会いたい
心から思う

錄音

세계가 무너져내리는 날입니다. 여름의 끝자락.

당신은 어느 고층 건물의 옥상에서, 창공과 노을의 경계를 바라보며

낡은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로, 귀에 익은 음악을 듣고 있습니다.

이 곡이 끝날 때 당신도, 당신의 세계도,

그 사람의 세계도 종말을 맞이합니다.